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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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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여자가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가족들 아침을 준비하고, 고등학생인 아들을 깨우고, 남편의 넥타이를 다려주는 늘 같은 일상에 살고 있는 여자 고미애.
태어나서 누군가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채 속마음을 숨기고 사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여자...은행에 다니는 남편과 두 아들 그리고 딸을 둔 40대 중반의 미애는 하루하루 반복되는 무료한 삶에 지쳐있다. 미애에겐 고등학교에 다니는 공부 잘하는 둘째아들 기열과 군복무를 하고 있는 첫째아들 기성,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레즈비언인 큰딸 기복, 그리고 은행을 다니고 있는 남편 광석이 있다.
기열은 늘 전교에서 일등을 도맡아 하는 우등생이지만 인간미가 부족하고, 기복은 여자 친구와 독립해 살고 있지만 생활력이 부족해 아버지가 주는 용돈으로 살고 있고, 여자를 너무 좋아하는 기성은 휴가를 나와 집에 와도 친구 만나기에 바쁘다.
딸집에 가끔씩 방문해 음식을 만들어 주는 미애는 여자 친구와 함께 사는 딸의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미애는 무뚝뚝하지만 자신에게 헌신적인 남편을 보면 차라리 남편이 바람이라도 피웠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어느날, 미애에게 기열의 여자 친구 수님이 찾아오면서 정체되어 있던 일상에 파장이 일어난다. 미애는 수님에게 첫눈에 빠져 버린다. 그것은 그녀가 평생을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묘한 감정이다. 미애는 수님과 첫 만남에서 함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자신을 사모님이나 여사가 아닌 미애언니라고 불러달라고 부탁을 한다. 결혼 후 누군가 한 번도 자신의 이름을 불러 준적도 들은 적도 없었던 미애는 수님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이름이 고미애라는 것을 느꼈고, 자신의 이름을 찾음과 동시에 수 십 년간 가슴 속 깊이 묻어두었던 사랑이라는 감정을 드디어 꺼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미애는 수님에게 그렇게 아주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다가오는데...